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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보자를 위한 등산장비 가이드 : 정통 등산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등산의류, 모자)

    원종민
    원종민

      우리나라는 등산인구가 매우 많은 편입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등산 인구가 더 늘어났고 특히 젊은 층들이 스포츠 활동무대를 대거 산으로 옮겼습니다.

    산은 지구상에서 가장 혹독한 환경 중의 하나이며, 등산은 그곳이 활동무대인 아웃도어 액티비티입니다. 산이라는 그라운드는 일정한 규격도 없이 기복고저가 심하고 매우 거칠며, 범위도 넓어서 길을 잃거나 악천후를 만나서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등산이 지닌 이러한 특수성과 불확실성은 다른 스포츠와의 큰 차별점이기에 등산장비를 준비할 때는 필요한 기능을 제대로 갖춘 정통 등산장비를 준비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복장이나 다른 스포츠를 즐길 때 착용하던 복장과 장비로 등산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얼핏, 활동하기 편한 옷, 모자, 운동화 그리고 배낭 정도만 준비하면 가벼운 등산을 즐기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등산의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등산에 사용되는 중요한 장비들의 핵심기능을 살펴봄으로써 등산장비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모자

    인간은 몸 전체 혈류량의 30%~40%가 머리에 집중되어 체온조절 기능도 합니다. 즉, 더울 때는 가장 먼저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고, 추울 때 가장 많이 체온을 빼앗기는 곳입니다. 따라서 등산 시 머리를 시원하게 할 것인지, 따뜻하게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선택하여 이 기능에 가장 효과적인 것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히 야구모자라고 하는 챙이 달린 모자를 무더운 여름철에도 습관적으로 쓰고 등산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머리가 과열되어 불필요하게 땀을 더 많이 흘리고, 체온이 올라가 더 치치게 됩니다. 여름의 땀이 문제라면, 땀 흡수용 헤어밴드를 하거나,  선캡과 같이 머리의 열을 많이 가두지 않을 수 있는 모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에, 머리의 보온이 필요하다면, 머리 전체를 완전히 뒤집어쓰는 복면 모자인 바라클라바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산에서는 멋 보다 기능에 신경써야 합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산에서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머리를 항상 춥지도 덥지도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햇빛을 차단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선크림을 바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사진출처=shutterstock)

     

    등산 의류

    우리 인간은 체온을 36.5℃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항온동물입니다. 머리, 팔, 다리, 손, 발은 일시적으로 체온이 이보다 더 높거나 낮아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상체 내부는 정상 체온 범위를 유지해야 합니다.

    따라서, 가혹한 아웃도어 환경과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상체 내부의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형태의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등산에서는 이를 레이어링 시스템(layering system)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레이어링은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말리는 기능 있는 속옷 (base layer) 입는 것입니다. 두 번째 레이어는 보온성과 통기성이 있는 옷 (insulation layer) 입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레이어는 겉옷 (Protection Layer)이며 외부의 비바람, 눈보라 등을 차단하는 방수, 방풍, 투습 기능 있어야  합니다. 이 3가지 종류의 옷을 필요에 따라 수시로 입었다가 벗었다가 하는 것을 레이어링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등산 중에는 계절을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겨울에도 열심히 올라가며 땀을 많이 흘릴 때는 첫번째 레이어링에 적합한 기능의 이너웨어 하나만 입어도 될 것입니다. 반대로 여름에 높은 곳에서 비바람이 몰아친다면 속옷과 보온옷, 겉옷 총 3가지 레이어를 모두 입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자신의 체온을 춥지도 덥지도 않게, 그리고 땀이나 비로 젖지 않게 쾌적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만 야생에 노출된 등산에서의 의류는 가벼우면서도 레이어 별 기능성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그 기능이 잘 발휘되지 못한다면 체온 유지의 실패이며, 생존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 면소재의 옷은, 땀을 잘 흡수하고 촉감이 좋아 일상복으로 많이 입지만, 젖으면 잘 마르지 않고 뻑뻑해지며 차갑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등산 중에 땀에 젖거나 비를 맞았을 때 체온유지에 매우 취약하여 저체온증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등산에서 ‘죽음의 섬유’라고 하며 금기 시 하고 있습니다.

    비가 올 때 착용하는 우의도 산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비닐이나 방수 소재인 폴리우레탄 코팅이 된 우의는 일상생활에서 바람이나 비를 막아주는데 효과 입니다. 그러나, 운동량이 많은 등산 에서 땀을 흘렸을  땀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 젖게 되는데, 젖은 몸이 악천후에 노출된다면, 저체온증이 유발되어, 치명적인 상황이 됩니다.

    반면 비바람, 눈보라를 막아주는 3번째 레이어 소재로 효과적인 것은 방수·방풍·투습 원단입니다. 일반 방수 원단은 비를 막아주지만, 내부의 땀을 배출시키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 방수·방풍·투습 원단은 입자가 큰 물 분자는 차단하고 입자가 작은 수증기 분자는 통과되는 구조의 얇은 막(membrane)을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 원단에 접합한 것으로 외부의 비바람은 차단하고, 내부의 땀은 수증기형태로 외부로 발산시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고어텍스 원단로 1970년대에 발명이 되어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등산복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직물로 옷을 만들어 입은 이후, 가장 획기적인 것으로 전문 등반가들의 등반 역량과 생존력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고어텍스 멤브레인의 기능 (영상)

     

     

    일부 언론매체에서는 히말라야처럼 높지도 혹독하지도 않은 우리나라 산에서 너무 고가의 고기능성 등산복을 사용하는 것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겨울추위는 히말라야 못지않고, 사계절 기후변화도 심한 편입니다. 비 오고, 눈 내리고, 바람도 심하게 부는데, 고기능성의 방수, 방풍, 투습 등산복이 과도하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일상복으로 많이 착용하는 오리털이나 거위털 소재의 패딩도 필요로 하는 핵심 기능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보온이 목적인 두 번째 레이어는 세 번째 레이어인 바람막이(방풍)자켓이나 고어텍스 재킷 안에 입어야 합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보온재를 충전하고 방수·방풍 소재를 같이 사용한 과도한 중량감의 패딩을 바람막이(방풍)자켓 안에 입기에는 크기도 크고 활동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두 번째 레이어로서 보온 패딩은 과도하지 않은 보온재를 넣고, 원단도 최소한으로 사용해서 압축 했을 무게와 부피 최소화 있는 제품이 좋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배낭에 넣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입고, 다시 압축하여 간편하게 휴대할 있습니다.

    (사진출처=shutterstock)

     

    이처럼 레이어링 시스템의 핵심은 수시로 입었다 벗었다 하는 것입니다. 상의는 등산 중에도 이렇게 하는 것이 문제가 없지만 하의는 매우 곤란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인간의 하체에는 내장기관이 없기에 더위나 추위에 강합니다. 그래서 아주 혹독한 환경이 아니라면 웬만한 상황에서는 계절에 적당한 두께의 바지 하나만 입어도 됩니다. 즉, 하나의 바지가 세 가지 레이어의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다만 피부에 밀착된 디자인의 바지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단이 피부에 밀착되면 땀흡수가 잘 되고 건조가 빨라 첫 번째 레이어로서의 기능 좋지만 피부와 원단 사이의 중간 공간이 없어서 외부의 바람이나 비로부터 피부가 직접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는 좋은 날씨에는 문제가 안 되지만 수시로 기후가 변하는 산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분의 공간이 있는 약간 헐렁한 바지를 입어 바람을 완충시키고, 비를 맞아도 피부를 직접 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피부에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 그 위에 짧은 반바지를 입은채로 등산하는 패션이 늘고 있는데 이는 기능적으로 매우 취약한 복장입니다.

     

    다음편 으로 이어 집니다.  

    원종민 원종민

    원종민

    1989년부터 코오롱등산학교 강사를 시작하여 30여 년 동안 코오롱등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많은 등반활동도 하였지만 등산 교육에 더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여 국내 최고의 명성을 지닌 등산 교육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TV와 라디오 및 등산잡지, 신문, 인터넷 동영상 등을 통해 올바른 등산 기술을 알기 쉽게 전파해왔습니다. 현재는 코오롱등산학교 강사로 활동하며 저서로는 암벽등반의 세계, 산에서 읽는 등산책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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