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년에 미세플라스틱을 얼마나 섭취할까요? 환경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따르면¹ 인간이 연간 미세플라스틱을 3만 9천 개에서 5만 2천 개까지 섭취한다고 합니다. 공기 중 호흡을 통해 흡입하는 경우까지 더하면 7만 4천 개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는 곧 우리가 하루에 약 192개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는 의미입니다. 환경 오염과 지구 온난화 문제는, 과거 예측보다 100배 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는 빙하처럼 심각하게 인류의 수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기후 변화와 신종 바이러스 문제가 일상에 자리한 현재 ‘지속가능성’이 전 세계 산업에 핵심 논제로 떠올랐습니다. 환경과 생태계를 위한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기업은 물론 개인도 환경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2015년, 유엔은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제시했습니다.² 그중 우리가 함께 실천하고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항목은 무엇일까요? ‘책임 있는 생산과 소비’. 이는 기업이 생산부터 유통까지 쓰레기를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비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아이템이 꼭 필요한지, 재활용이 가능한지, 오래 사용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는 책임 있는 소비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전 세계 기업은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특히 패션계 움직임이 시대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환경 운동가와 동물보호 운동가들의 뭇매를 맞는 패션계에도 ‘지속 가능한 스타일’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프라다는 구찌, 샤넬에 이어 2020년부터 모피 제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친환경 트렌드는 겉옷뿐 아니라 속옷에도 스며들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재활용한 페트병이나 섬유로 속옷을 만드는 친환경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페트병 속옷을 입는 우리가 환경을 위해 또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친환경적인 재배, 생산, 유통은 이제 기업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자연을 지키고, 산업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변화의 키는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기업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리서치전문업체 닐슨(Nielsen)이 조사한 결과³ 소비자가 환경을 위해 지속 가능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문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 세계 응답자 중 81%가 기업이 친환경 시스템을 갖추었느냐는 기준이 소비 의사를 결정할 때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음식이나 화장품을 쇼핑할 때 원산지, 성분, 유통기한을 확인하듯 이제 환경 문제도 당연히 살핀다는 의미입니다. 생산, 제작, 유통, 폐기까지 제품이 만들어지고 수명을 다 할 때까지 환경을 해치지 않는 제품을 선택하는 ‘책임 있는 소비’ 혹은 ‘윤리적 소비'는 동시대 소비자들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쇼핑의 기준입니다.
혹시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기가 어렵게 느껴지나요? 쇼핑을 하며 기업의 정책이나 시스템을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이때 윤리적 소비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제품 수명’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골라 구매하고, 이를 잘 관리해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한다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고어텍스의 섬유 사업부 전과정 환경성 평가 LCA(Life Cycle Assessment)가 조사한 결과, 재킷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5%인 반면 재킷의 폐기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고작 1%입니다. 아웃도어 등산화 역시 폐기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단 2%에 불과하죠. 소비자가 한 제품을 오래 사용할수록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수명이 긴 제품을 고안하고, 소비자가 수명이 긴 제품을 선택할 때 윤리적이고 책임있는 소비의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또 소비자의 강한 니즈는 기업과 비즈니스 생태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고어텍스 역시 선순환을 이끌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책임 있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창립자 빌과 비브 고어의 뜻에 따라 고어텍스는 1992년부터 LCA를 지표 삼아 환경에 대한 연구를 이어왔습니다. LCA는 제품 제작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부하를 과학적으로 계산하고 평가하는 기법입니다. 이는 원자재 추출부터 폐기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비량, 수질 오염, 탄소 배출량 등을 정량화하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거시적 관점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국제 표준이기도 합니다. 고어텍스는 LCA를 통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생산 수요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예를 들어 1백만 명의 소비자가 제품 수명이 긴 재킷을 5년간 입는 덕분에 구매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지구 둘레의 네 바퀴 반을 자동차로 달리는 만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할 수 있음을 수치적으로 발견한 것이죠. 물건을 팔아 수익을 내는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지만, 고어텍스는 수명이 긴 제품을 연구했습니다. 견고하고 강한 제품의 내구성이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고어텍스,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고성능’ ‘내구성' ‘방수성'처럼 고기능과 관련된 해시태그는 사실 고어텍스가 환경을 위해 부단히 연구한 결과입니다. 최고의 내구성을 자랑하는 고어텍스는 현재도 환경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는 PFC 제거, 산업 폐기물을 활용한 리사이클 나일론, 원액 염색 겉감 제품 등 환경 보호를 위한 접근을 다각도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알고 보면 책임 있는 소비는 에코백처럼 간단하고, 쉽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고, 품질과 기능성이 우수한 제품을 선택해 오래 사용하는 것. 개인적 만족에서 더 나아가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소비의 새로운 방식입니다. 작은 습관이 하나 둘 모여 집단지성이 되고, 이를 통해 환경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우리는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수명이 긴 제품을 더 만들고, 더 많이 선택해야 합니다.